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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국제교류] 일본 히로시마대학병원 한방진료센터 참관

  • 한의과대학
  • 118
  • 2026-04-01

202494일 세명대에서 열린 충북 K-한방정밀의료 국제포럼행사에 초청연자로 오셨던 히로시마대학 카와하라 아키히로 교수님에게 연락하여 히로시마대 한방진료센터를 참관한 본과 2학년 강하은 학생의 수기입니다. 자신의 경험을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기 위해 수기를 써 준 강하은 학생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

히로시마대학병원 캄포의학센터 탐방 수기 -

2 강하은

 

살다보면 문득, 내 안에 조용히 숨어살던 과감함이 불쑥 솟아나는 희한한 순간이 찾아온다. 나에겐 20251월이 그랬다. 본과 진입을 목전에 둔 겨울방학, 여행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본과에 들어가기 전에 한번은 놀아야 할 것 같아 동생과 함께 일본을 가기로 했다. 목적지는 히로시마. 사람들이 붐비는 곳보다는 역사 유적지를 좋아하는 우리 둘에게 최고의 선택이었다. 옛날부터 알고 지내던 친한 언니가 히로시마에 살고 있어 언니도 오랜만에 만날 겸 큰 고민 없이 정했다. 갈 곳을 알아보며 출국을 기다리기 5일 전, 전에 들었던 강연 하나가 머릿속에 번뜩 떠올랐다.

20249, 교내 학술관에서 충북 K-한방정밀의료 국제포럼 행사가 열렸던 적이 있다. 예과 1학년 때부터 매 학기 초에 갔던 행사인데, 이곳에는 다양한 국적의 연사분들이 오시곤 한다. 선선한 가을을 만끽하며 가벼운 마음으로 갔던 포럼에서 나는 아주 재밌던 강연을 하나 듣게 되었다. '일본 한방의학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신 카와하라 교수님의 강연이었다.



일본 캄포의학에 대한 생생한 소개를 들으며 너무 신기하고 재밌다고 느껴서, 교수님께서 마 지막에 띄워주신 이메일 주소를 사진으로 찍어두었다. 포럼이 끝나고 세명대 한의학과 교수님들과 카와하라 교수님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 재학생 신분으로 참여해 궁금했던 점을 질문하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의 강렬했던 경험으로 끝나나 싶었는데, 동생과 곧 히로시마에 간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그 교수님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연락을 드려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너무 뜬금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히로시마 대학병원이 캄포의학으로 유명하다던데, 한번 가보고 싶다라는 생각 사이에서 왔다 갔다 고민하다가, 일단 한번 두드리기라도 해보자는 결단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답장이 오면 좋고, 안 오면 신나게 여행하고 오면 된다는 단순한 마음이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이메일을 보낸 바로 다음 날, 교수님께 답신이 도착했다.

떨리는 마음으로 답장을 펼쳐보니, 아침 9시까지 병원으로 오라는 말씀과 함께 혼자 올 예정인지 물어보셨다. 히로시마에 사는 친한 언니가 한국어와 일본어 이중언어를 하는데 혹시 통역사 역할로 동행해도 되는지 여쭤봤는데, 의료관계자가 아닌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다며 탐방은 영어로 진행하겠다고 하셨다. 지도교수님께 부탁드린 병원방문 추천서까지 제출하고 나니 가운을 챙겨오라는 말씀을 끝으로 최종약속을 잡게 되었다. 34일의 일정 중 하루를 통째로 히로시마 대학병원에 있게 된다고 생각하니 설레고 신이 났다. 병원에서 만나게 될 분들께 선물 드릴 한국 과자를 캐리어에 담으면서 기대도 함께 차곡차곡 쌓았다.

기다리던 일본 여행 둘째 날,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바로 가방을 챙겨 길을 나섰다. 옷을 좋아하는 동생은 혼자 쇼핑을 하고 나는 병원에 있다가, 저녁 때쯤 숙소에서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숙소에서 병원까지는 걸어서 30. 한국보다는 따뜻했지만 바람이 부니 꽤 쌀쌀해서 목도리를 두르고 종종걸음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둘러보니 히로시마에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을 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어린이집 가방을 멘 쌍둥이 아기들을 뒤에 태운 채 자전거를 타는 한 엄마를 보고는 속으로 감탄하면서 부지런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약속시간 10분 전쯤에 병원에 도착해 1층 카페 앞에 서 있었다. 아침부터 진료를 접수하는 사람들로 붐볐고, 입원환자들이 병원복을 입고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했다. 구경하다 보니 흰 가운을 입은 남자분과 여자분이 조심스럽게 나를 향해 걸어오시더니

‘Ha Eun~~?’

하고 물으셨다. 맞다고 하니 만나서 반갑다며 따라오라고 하셨다. 가장 먼저 데려가신 곳에는 회의실처럼 문 앞에 기다란 책상과 큰 모니터 화면이 있고 옆으로는 몇몇 선생님들의 개인 책상이 보였다. 겉옷을 구석 공간에 벗어두고 가운으로 갈아입고 나니 나를 데려와 주신 두 분의 선생님께서 자기소개를 해주셨다. 두 분 모두 캄포의학 센터에서 레지던트 과정을 밟고 계신 분들이었는데, 여자분께서 본인은 한국 아이돌을 정말 좋아한다면서 수줍게 한국어 몇 문장을 말하니 옆에 계시던 다른 선생님들이 웃음을 터뜨리셨다. 밝은 웃음을 가진 그분들은 침구사 선생님들이셨다. 일본에서는 진단을 내리는 의사와 침술을 행하는 침구사가 협력해서 일한다고 들어서 알고는 있었는데, 침구사 선생님들을 실제로 뵈니 참 신기했다. 우리나라 한의사분들이 입는 가운과 거의 똑같은 복장을 하고 계셨는데 침만 전문적으로 놓는 분들이라고 하니 어떤 종류의 교육과정을 거치셨을까 궁금하기도 했다. 통성명을 마치고 남자 레지던트분의 인도를 받아 한 진료실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히로시마대병원 캄포임상센터의 교수님이신 케이코 오가와 선생님께서 계셨고, 짧게 인사를 드린 후 레지던트분의 병원 투어 가이드를 따라나섰다.

층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다니며 병원 이곳저곳을 구경시켜 주셨다. 가장 인상 깊은 곳은 두 군데였는데, 첫 번째는 어린이집이었다. 병원 직원들의 어린 자녀를 위한 보육시설이라 출근하면서 아이들을 맡기고 퇴근할 때 데려가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선생님들도 계시고, 무엇보다 한 건물 안에 함께 있으니 비상상황이 생겨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좋아 보였다. 아이를 가진 의료진들에게는 이만한 복지가 없겠다 싶었다. 두 번째는 옥상정원이었다. 입원환자들이 바깥바람을 쐬고 싶을 때 사용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병원이 도심 한가운데 있다 보니 차들이 오가는 밖보다 옥상정원을 많이 활용한다고 하셨다. 겨울이라 산책하는 환자분들은 거의 없으셨는데, 잘 정돈된 꽃과 나무를 보니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가이드해주신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이곳이 사진찍기에 가장 좋은 곳이라며 병원 이름이 가장 잘 보이는 곳 앞에 서보라고 하셨다. 사진을 열정적으로 찍어주시고는 폰을 다시 돌려주시길래, 우리도 같이 한 장 찍자고 말해 선생님과도 활짝 웃으며 추억을 남겼다. 투어를 마치고 진료실에 다시 돌아가는 길에 선생님께 캄포의학을 공부하고 있는 이유를 여쭤봤다. 일본에서는 양의학의 교육과정 중 전통의료인 캄포의학을 세부 전공 중 하나로 선택할 수 있고, 선생님은 본인이 아토피가 많이 심해서 이를 해결하고자 캄포센터에 들어와 공부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방치료를 받다가 한방으로 넘어온 아토피 환자들이 많은데, 어딜 가든 아토피는 사람을 끈질기게 괴롭히는 고질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캄포의학을 세부전공으로 선택하는 사람들이 극소수인 분위기에서도 뚜렷한 신념과 목적을 가지고 일하고 계신 선생님이 멋있었다.



병원 투어를 마치고 다시 오가와 교수님의 진료실로 들어갔다. 교수님께서는 반갑게 맞이해주시면서 진료를 함께 참관할 두 명의 인턴분들을 소개해주셨다. 인사를 가볍게 나누고 진료실 한쪽에 나란히 놓인 의자에 쪼르르 앉았다. 곧이어 교수님의 오전 진료가 시작되었다. 환자가 들어오면 모두 일본어로 진료가 진행되었고, 교수님께서 차트를 작성하시고 나면 다음 환자가 들어오기 전에 방금 봤던 환자의 케이스와 진단을 영어로 설명해주셨다. 사실 모든 내용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영어로 통역해주시는 노고에 감사해 모두 잘 알아듣고 있다는 끄덕임과 눈빛을 보여드렸다. 가장 재미있던 순간은 맥진에 참여하는 때였다. 교수님께서 먼저 맥을 짚으시고 그 결과를 차트에 적는 동안, 뒤에 앉아있던 나와 인턴들 3인방에게 눈빛을 살짝 보내시더니 와서 맥을 짚어보라고 하셨다. 정말 다행히도 예과 2학년 때 선택과목으로 맥진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터라 부침지삭은 구분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다가갔다. 그런데 막상 환자분 앞에 서니 갑자기 심장이 마구 뛰면서 긴장감이 확 찾아왔다. 수업시간에 동기들 맥만 짚어봤지 실제 병원에서 환자분의 맥을, 그것도 일본에서 일본인 환자의 맥을, 그것도 카리스마 있는 교수님의 눈앞에서 짚으려니 너무 떨렸다. 첫 환자분의 맥을 짚는데 내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느껴져서 맥을 도저히 구별할 수 없었다. 그래도 환자분이 오실 때마다 짚어보니 점점 익숙해지면서 조금씩 맥을 알아갈 수 있었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이 이렇게 실제 임상에서 활용되는구나 싶어 짜릿했다. 교수님께서 맥진, 설진, 복진, 문진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자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시는 모습을 옆에서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큰 울림이 있었다. 사람을 향한 진심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마음에 가닿는 모양이다.

진료참관이 끝나고 행복한 점심시간이 찾아왔다. 오전 진료를 마치신 오가와 교수님과 또 다른 한 분의 교수님이 같이 점심을 먹으러 가자고 하셔서 병원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교수님들이 자주 찾아가는 식당인지 주인분과 반갑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메뉴는 일본 느낌이 물씬 나는 도시락. 생선 한 마리가 통째로 튀겨져 나오는데, 바삭하고 고소한 게 정말 맛있었다. 밥을 먹으며 교수님들께서 물어보셔서 어떻게 한국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한의대에서는 어떤 교육을 받는지, 한의학과 캄포의학은 어떤 게 다르다고 느껴지는지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히로시마대 캄포의학센터에 여러 국적의 학생들이 유학을 오는데, 유일하게 한국 학생이 없다고 하시며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다시 오라고 웃으며 말씀하셨다. 아담하고 고즈넉한 일본 식당에서 따뜻한 밥을 먹으며 교수님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니 마음과 생각이 넓어지는 것 같았다. 용기 내길 참 잘했다고 느꼈다. 커피까지 여유롭게 마시고 나서 다시 병원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오후의 첫 번째 일정은 약초 정원 탐방이었다. 이 병원에서는 약초를 직접 키워 치료와 연구에 사용한다고 했다. 한 인턴분과 함께 약초 정원에 들어가니 빨간 패딩을 입으신 교수님께서 가이드를 해주셨다. 약초 하나하나 일본어와 영어를 섞어 사용하며 열띠게 설명해주셨는데, 사실 학교에서 본초를 배우기 전이라 사전지식이 부족해 설명해주시는 내용을 모두 흡수하지는 못했다. 그래도 미리 눈에 익도록 잘 봐두면 나중에 생각나지 않을까 해서 열정적으로 관찰하고 냄새도 맡아보고 사진도 찍어두었다. 야외에 있는 약초들을 다 구경한 다음에는 비닐하우스처럼 사방이 막혀있는 공간에 들어갔다. 온도 유지가 중요한 약초들을 위해 따로 마련한 공간이라고 하셨는데, 차갑고 건조한 야외 공기와 달리 따뜻하고 습한 공기가 완벽하게 유지되고 있었다. 약초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다루시며 뭐 하나라도 더 알려주시는 교수님을 보며, 이 학문을 정말 사랑하시는구나 느껴졌다. 자신이 하는 일을 아끼고 애정하는 사람은 빛이 난다는 걸 두 눈과 마음에 가득 담았다.





마음까지 푸릇푸릇해졌던 약초 정원 탐방이 끝나고, 오전 출장으로 자리를 비우셨던 카와하라 교수님을 만났다. 제천에서의 짧은 만남을 잠시 회고하며 이야기를 나눈 후에 회의실로 이동했다. 들어가 보니 오전에 잠깐 뵀던 침구사 선생님들과 레지던트 두 분, 오가와 교수님까지 모든 분이 모여계셨다. 처음 뵙는 분들도 꽤 많았다. 오가와 교수님께서 내 옆자리로 오시더니 지금부터는 여러 환자의 케이스를 두고 어떻게 치료할 것이지 회의하는 컨퍼런스 시간이라고 말씀해주셨다. 환자의 진료기록과 여러 검사결과 사진을 화면에 띄워두고 선생님들이 모두 한마디씩 보태가며 결론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환자들의 케이스가 다뤄져야 하다 보니 교수님께서 모든 내용을 다 통역해주실 수는 없었고, 환자의 병명과 주요특징들 위주로 전달받은 후에는 일본어로 진행되는 회의를 유심히 관찰했다. 초면인 분들은 과연 누구신가 지켜보니 협진하러 오신 다른 과 선생님들이었다. 한 병원 안에 양방과 캄포가 함께 있으니 협진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이 큰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캄포가 양방이라는 큰 테두리 안에 속해있지만, 그 영향력만큼은 작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컨퍼런스를 끝으로 히로시마 대학병원에서의 모든 일정은 끝이 났다. 아쉬운 마음을 담아 준비해온 선물을 드리고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귀한 시간을 선물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다음에 또 찾아뵙겠다고 했다. 말 그대로 선물 같은 하루였다. 교수님과 대화하던 중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한의대 차원에서 여러 명이 단체로 오는 경우는 많은데, 이렇게 학생이 개인적으로 연락을 해서 오는 경우는 처음 봤다고.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It was my first try, too”

나는 원래 선택이 느리고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하지만 소중한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을 땐 바로 행동으로 옮겨 일단 시도해보는 과감함과 단순함이 내 삶에 필요하다는 사실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우리 앞에 놓인 많은 기회의 문들이 있다. 그중 마음이 가는 문을 마주하게 된다면, 두드리라! 그리하면 열릴 것이니. 혹 끝내 열리지 않더라도, 두드림 자체가 마음의 근육을 자라게 할 것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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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일 : 20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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