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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일단 유보 "수쿠크", 도입될 수 있을까
- 관리자
- 조회 : 7655
- 등록일 : 201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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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유보 ‘수쿠크’, 도입될 수 있을까
종교적 반대보다 외채에 대한 ‘면세’ 재검토 필요[두런두런경제] 홍기빈 제정임의 경제뉴스 따라잡기
2011년 02월 23일 (수) 18:13:12
이보라 기자 realslowman@danbinews.com
홍기빈(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 진행자): 이슬람채권, 일명 ‘수쿠크(Sukuk)’ 발행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종교계에서 논란이 뜨거운데요, 한나라당이 일단 2월 국회에서는 법안처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하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 교수): 네, 어제 한나라당의 기독교 의원들이 모임을 가졌고, 당 차원에서 “2월 임시국회에서는 처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설명이 없는데, 법안을 밀고 있는 정부에서는 개정안이 이대로 무산되는 것 아닌가 걱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홍: 우선 수쿠크가 뭐기에 채권발행 문제에 종교계까지 나섰는지 알아볼까요.
제: 이슬람교에선 돈을 빌려주고 이자 받는 것을 율법으로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슬람국가에선 이자를 받는 일반적 채권거래를 못하고, 수쿠크 같은 변형된 거래를 합니다. 수쿠크는 사실상 채권이지만 형식적으로는 부동산, 기계설비 같은 실물에 투자하는 과정을 거쳐서, 이자가 아닌 임대료나 배당 명목 등으로 수익금을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문제는 이자가 붙는 일반 채권과 달리, 실물거래 수익이 생기는 수쿠크에는 그 과정에서, 예를 들어 부동산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취득세 등록세 양도세 부가세 같은 다양한 세금이 붙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자소득세가 면세되는 다른 외화표시채권과 달리 수쿠크를 발행할 때는 추가 비용이 생기기 때문에 국내 기업이 중동의 ‘오일 머니’를 유치하는데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정부는 다른 채권과의 ‘역차별’을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수쿠크에 붙는 모든 세금을 면해주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추진한 것입니다. 하지만 기독교계에서는 이에 대해 ‘이슬람자금에 대한 과도한 특혜다’ ‘장차 국내경제가 이슬람 입김에 좌우될 수 있다’ ‘테러자금 전용 가능성도 있다’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기독교계, ‘기부금 이슬람 테러집단에 송금될 수 있다’ 주장
홍: 일부 기독교 교파에서는 이 법안을 지지하는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까지 거론하면서 반대하고 있다는데,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뭔가요?
제: 모든 수쿠크 채권의 발행과 운용은 ‘샤리아위원회’ 즉 이슬람율법기구에서 결정합니다. 따라서 국내에 일단 수쿠크가 도입되면 이슬람 율법이 우리 경제와 사회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기독교계는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 모든 이슬람 투자는 수익의 2.5%를 ‘자카트’라는 이름으로 기부하도록 돼 있고, 그 용도는 밝히지 않게 돼 있는데, 이 기부금이 이슬람 테러집단에 송금될 수도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홍: 나름대로 명확한 이유가 있군요. 이런 반대에 대해 정부여당은 어떤 입장인가요.
제: 정부는 미국, 유럽에 편중돼 있는 외화도입선을 다변화하기 위해서 수쿠크를 통한 이슬람 자금유치가 절실하다는 입장입니다. 특히 9.11테러를 당한 미국도 수쿠크 자금을 조달해서 쓰고 있고, 영국 아일랜드 싱가폴도 면세조치를 통해 수쿠크자금 유치 경쟁을 하고 있는데, 우리만 이슬람 영향력 확대나 테러자금 등을 걱정하는 것은 기우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런 논리라면 중동에서 원유 수입이나 건설프로젝트 수주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이죠. 한나라당 의원들은 원래 대다수가 정부입장을 지지했습니다. 그런데 일부 의원들이 기독교계와 함께 강력한 반대 의견을 내면서 지금은 다수가 유보, 혹은 반대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선거에서의 ‘표심’을 고려한 것인데, 결국 이번 회기에선 처리 안하기로 결정하게 됐죠.
홍: 여기에 또 다른 논점도 있더군요. 민주당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수주 문제와 연계해서 수쿠크 도입에 반대하고 있죠?
제: 그렇습니다.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전체 공사대금 186억 달러의 절반이 넘는 100억 달러의 금융지원을 하기로 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지 않았습니까? 민주당은 ‘정부가 원전 수주자금 조달을 위해 무리하게 수쿠크도입을 서두른다’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반면 정부는 UAE 원전수주 이전부터 수쿠크 도입을 추진했고, 이게 허용되지 않아도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정부 내에서도 ‘원전수주를 위해 수쿠크 도입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었고, 현재 100억 달러 자금 조달이 순조롭지 않은 상황임을 감안할 때, 원전과 수쿠크가 완전 무관하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홍: 증권업계는 법개정안이 곧 통과될 것으로 보고 수쿠크 관련 사업을 준비해왔다고 하던데, 금융계 반응은 어떻습니까?
제: 금융계에서는 원유가격 강세와 함께 중동자금의 파워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우리가 ‘오일 머니’ 유치경쟁에서 밀리고 있다는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발행되는 수쿠크 규모는 지난해 390억 달러(약 42조원)였고 해마다 수십 퍼센트씩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수쿠크는 일반 외국자금보다 0.3% 포인트 정도 싼 금리로 조달할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자금운용에 유리하고, 경제전체로 볼 때 외자도입선의 다변화로 외환안정성도 높일 수 있는데, 종교계 반대로 차질을 빚게 됐다며 아쉬워하고 있죠. 홍: 당초 여야가 다음달 초에 이 문제로 공청회를 갖기로 했는데, 폭 넓게 의견을 듣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군요. 이 과정에서 정부와 국회가 특히 유념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미국 유럽 등에 편중된 외자도입 다변화는 필요
제: 현재 우리나라의 외자도입이 미국과 유럽 등에 편중돼 있어서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 갈수록 ‘오일 머니’의 영향력이 커지고, 건설사업 등 우리 기업들의 이해가 중동에 많이 걸려있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계가 ‘이슬람과 테러자금’을 직결시키는 등의 편견을 갖고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러나 수쿠크에 면세 특혜를 주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과도한 외화자금유입으로 국내금융시장의 변동성이 너무 커지는 게 문제 아닙니까? 그래서 한쪽으로 은행세 도입 등 규제가 추진되고 있는데, 한쪽에선 완전 면세까지 해가며 외화유입을 촉진하는 게 맞는 방향이냐는 것입니다. 최근 외국인의 원화표시채권투자에 세금을 부과하기로 한 것처럼 일반 외화표시채권과 수쿠크에도 적정한 세금을 물리는 방향이 옳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경쟁국에 비해 너무 많은 부담이 된다면 곤란하겠지만 소폭이라도 세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우리 사회는 지금 양극화와 저출산고령화 등에 대응해서 세금 쓸 곳이 폭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규모 이익이 발생하는 외화채권거래에 세금 한 푼 안 물리는 것은 조세형평성에도 어긋난다는 점을 입법과정에서 꼭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사는 MBC 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와 제휴로 작성되었습니다. 방송 내용은 2월 23일 <손에 잡히는 경제>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