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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아이 아프면 사표, 1년 새 네 번 이직

  • 관리자
  • 조회 : 6131
  • 등록일 : 2011-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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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아프면 사표, 1년 새 네 번 이직

생계와 보육 부담 홀로 짊어진 ‘싱글맘’은 웁니다[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 3부] 애 키우기 전쟁








2011년 07월 23일 (토) 23:20:11
서영지 구슬이 엄지원 기자  nyx009@naver.com









 

 경기도 남양주시에 사는 김희진 (26·가명)씨는 1년 전 남편과 헤어지고 네 살배기 아들을 혼자 키우면서 최근까지 네 번이나 직장을 옮겼다. 백화점과 화장품 매장 등의 판매원, 카페 종업원 등을 거쳐 지금은 작은 공장의 경리사원으로 일한다. 고졸인 희진 씨가 얻을 수 있는 일자리는 판매원 등 비정규직이 대부분인데, 잔병치레가 많은 아이가 아플 때마다 휴가를 얻는 대신 사표를 쓸 수밖에 없었다.
 “매장에서 잠시 자리 비우는 것도 힘든데 조퇴는 말도 안 된다는 분위기였어요. 조퇴하면 월급에서 일당을 제하겠다는 으름장도 들었죠. 아이가 아파 며칠 씩 병원에 가야 할 때마다 그냥 일을 그만 둘 수밖에 없었어요. 지금 있는 직장도 언제 그만 두게 될지 모르는 거죠.”
다섯 번째 직장인 현재의 공장에서 김 씨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주 6일을 일하며 월급 90만 원을 받고 있다. 일하는 시간에 비해 수입이 너무 적다는 생각이 들지만, 화장품 매장에서 밤늦게까지 일해야 했던 때보다는 낫다. 유치원 야간반에 맡긴 아이를 사정사정하며 제일 늦게 찾으러 가지 않아도 되고, 전화라도 맘 편히 쓸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직원으로 일 할 땐 아이를 맡긴 유치원에서 연락이 올까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했어요. 물건을 팔다가도 전화벨이 울리면 불안한 마음으로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번번이 밖으로 나와 통화를 했죠. 엄마 손 잡고 매장에 오는 아이들을 볼 때마다 돌봐주지 못하는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어요.”
어린 나이에 덜컥 결혼해서 3년을 함께 살다 별거 끝에 이혼한 김 씨는 아이 아버지로부터 위자료를 못 받은 것은 물론이고 아이 양육비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좋지 않게 헤어져 그냥 인연이 없었던 것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형편이 어려운 부모님 집에 아이와 함께 얹혀살면서 싫은 소리도 듣고, 말다툼도 하지만 달리 대책이 없다.
“면목 없죠. 자식이 이혼한 것도 못 마땅하실 텐데 얹혀살아야 하니까요.”
그녀는 90만원의 수입에서 25만 원을 부모님께 드리고 나머지로 아이 유치원 비용과 생활비 등을 쓰고 있다. 김 씨의 어머니는 식당 일을 나가기 때문에 양육을 도와줄 형편이 못 된다. 김 씨는 법정최저생계비 대비 월 소득이 100%에 못 미치기 때문에 ‘한 부모 가정’으로 인정됐지만 지원이라고 해야 한 달에 5만원 나오는 양육비가 고작이어서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 부모 가정에는 영구임대주택 우선지원 혜택이 있지만 현재의 수입으로는 월세를 부담할 수 없어 생각도 안 하고 있다.   “늘 불안해요. 아이는 부쩍부쩍 자라는데 저축할 여력은 없고, 부모님 댁에 언제까지 얹혀 살 수도 없고, 직장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고.....”
홀로 자립 준비하지만 쉽지 않아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배화진 (26·가명)씨는 2년 여 결혼생활 끝에 올 1월 이혼하고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친정아버지 집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별거 후 미용실, 식당 등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돈을 벌었지만 불규칙한 근무시간, 변변치 않은 수입으로 어린이집에 종일 아이를 맡길 수 없어 일을 그만 뒀다. 별거 초기엔 생계와 육아를 혼자 감당해야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생계와 보육 부담을 모두 홀로 짊어진 싱글맘들의 어깨는 무겁다. ⓒ구슬이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죠. 지금도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아이를 생각해서 절대 그럴 수 없지만요.”
 아버지는 젊은 나이에 혼자된 딸을 못마땅해 하며 “집에서 나가라”고 구박할 때도 있지만 배씨가 미용학원에 다니며 기술을 익힐 수 있도록 월 30만 원 가량을 도와주고 있다. 잦은 외도로 풍파를 일으킨 배씨의 남편은 결혼 중에도 영업사원, 택배일 등을 전전하며 일정한 생활비를 주지 않았고, 지금도 양육비 한 푼 보태주지 않는다. 배씨가 학원에 다니는 낮 동안 아이를 맡기는 어린이집 비용은  정부 지원을 받고 있다. 
그녀는 기술을 익히는 대로 제대로 된 미용실에 취직해 자립할 계획이지만 대부분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미용실의 특성상 아이를 맡아줄 어린이집을 구할 수 있을지, 아이가 아플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아이가 가끔씩 아빠를 찾을 때는 가슴이 미어질 듯 아프다고 말했다. 
시댁에서 쫓겨나 혼자 키운 아이, 상처받을까 두려워
서윤미 (32·가명)씨는 아이가 100일을 맞던 2007년 3월 남편으로부터 이혼소송장을 받았다. 아이를 낳은 직후부터 남편과 사이가 벌어졌는데, 원래부터 부모 없고 가난한 서씨를 못마땅하게 생각했던 시댁에서 이혼을 서둘렀다. 남편이 집에 들어오지 않으면서 곧바로 별거가 시작됐는데, 생활비를 거의 주지 않았다. 가끔 줄때는 70만 원, 40만 원 하는 식으로 찔끔찔끔 줬다. 거의 혼자 애를 키웠다.
그 해 10월에는 아이가 아파 병원에 간 동안 시어머니가 열쇠수리공을 시켜 문을 따고 집에서 가구를 뺐다. 남편 명의로 된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는데, 그 집에서 내쫓긴 것이다. 시댁에서는 대신 보증금 1천만 원에 월세 50만 원짜리 서울 공덕동의 연립주택을 얻어줬다. 아이가 살아야 할 집에 바퀴벌레가 기어 다녔다. 아이가 퇴원한 지 1주일 후에 서씨는 허리디스크로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됐다. 수술을 받고 요양하는 동안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이혼도장을 찍었다. 그 후 1년 반 만에 아이를 다시 찾아와 혼자 키우고 있고, 시댁에서는 월 50만 원씩 양육비를 준다.
아이는 시댁에서 눈치를 보고 자라선지 ‘어린이집형 아이’같다고 할 만큼 어디서든 잘 적응하려고 했다. 서 씨는 “고아원 아이들이 선물 주는 사람들에게 잘 달라붙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어서 마음이 짠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어린이집을 3번이나 바꿨다. 처음 보냈던 곳은 4세 미만을 받는 사설 어린이집이었는데 아이가 집에 돌아와 뽀로로 망치를 들고 “했어, 안했어? 그럴 거야, 안 그럴 거야?”하고 소리를 지르며 바닥을 두드렸다. 우연히 어린이집을 갔더니 선생님이 50cm 자로 바닥을 두드리며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그 어린이집은 금방 그만뒀다.
두 번째는 아파트에서 개인이 하는 어린이집이었다. 35평형 아파트에서 아이를 10명 정도 돌보고 있었다. 어느 날 어린이집에 갔더니 원장이 손님과 김치부침개를 먹으며 얘기에 빠져서 아이들은 뒷전이었다. 일단 참았다. 다른 날은 아이를 데리러 가려고 전화를 했는데 원장이 아이를 데리고 퀴퀴한 분위기의 다방에 나가 있었다. “선생님을 믿고 맡겼는데 이럴 수 있느냐”고 따지자 “애가 답답해하기에 코에 바람이라도 쏘이게 하려고 데리고 나왔다”며 외려 큰 소리를 쳤다. 길거리에서 큰 소리로 다툰 뒤 아이를 데리고 집에 와 펑펑 울었다.
“내가 싱글맘이라서, 아이한테 아빠가 없어서 우습게 보는 것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이 들었어요. 너무 서러웠어요.”
지금 다니고 있는 세 번째 어린이집은 비교적 안심하고 맡길 만한 곳이다. 어린이집 비용은 정부의 저소득가정 지원을 받고 있다. 아이가 새로 배운 노래와 율동을 집에 와서 보여줄 때는 흐뭇하다. 그런데 이 어린이집엔 가족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많다. 하루는 아이가 집에 돌아와서 “아빠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서 씨는 당황해서 “그게 뭔데?”라고 대꾸했다. 아이에게 너무 죄스러웠다. 어린이집에서 사소한 일로라도 홀대받는다는 느낌이 들면 ‘저소득가정이라 그러나’ ‘내가 싱글맘이라 그러나’하는 생각에 곧잘 우울해진다.  서 씨는 이혼 후 결혼 전에 하던 연기학원 강사부터 보험회사 판매원, 지역공동체 라디오의 스탭 등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리다 최근엔 한 문화센터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다. 모두 월수입 100만 원이 안 되는 저임금의 비정규직이다. 지금 수입은 월 90만 원 남짓 강사료에 시댁에서 보내주는 양육비 50만 원이 전부다. 월세로 40만 원을 내고, 어린이집 특별활동비 등 아이 밑에 들어가는 수 십 만원을 제하고 나면 먹고 사는 것 자체가 빠듯하다. 일자리도 내일을 보장할 수 없고, 월세는 언제 오를지 모르고, 점점 커가는 아이 교육비는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앞날이 막막할 때가 많다.
직장에서는 처음에 혼자 아이를 기른다는 사실을 감췄다. 그런데 아이가 아프거나 긴급 상황이 생겨 양해를 구할 때 ‘아빠는 뭐해?’하는 반응이 많아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 어린 아이라 잔병치레를 할 때가 많은데 사정을 얘기할 때 마다 민망하다.
“제가 사장이라도 너무 싫을 것 같아요. 같은 월급을 준다면 일에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을 쓰고 싶겠죠.”
그래서 더더욱 제대로 된 직장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고 ‘느슨한’ 일자리를 찾게 된다.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도 너무 싫다. 그런 날 밖에 나갔다가 엄마 아빠 손잡고 나들이 하는 가족을 보면 아이가 상처를 받을까 두렵다.
한부모 가정, 국가가 나서서 복지체계 마련해야
2009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부모 가정은 약 147만 가구 정도다. 이 가운데 모자 가정이 116만 가구(79%), 부자 가정이 31만 가구(21%)다. 하지만 한 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제도적 지원은 아직 미흡하다. 2007년 10월 ‘한부모가정지원법’이 생겼지만 ‘12세 미만 어린이 가정 월 5만 원 양육비 지급’ ‘모·부자 보호시설 3년 이용’ ‘창업을 원하면 복지자금으로 2000만 원 대출’ ‘영구임대 아파트 입주권’ ‘고등학생 학자금 지원’ 등이어서 피부로 느낄만한 혜택은 별로 없다.
사단법인 한국한부모가정사랑회 조사에 따르면 한 부모들은 번거로운 행정절차(33%), 지원정책 홍보부족(32.4%), 공무원의 불친절(11.4%) 등으로 기존 제도를 활용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황은숙 한부모가정사랑회 회장은 “국가가 나서 한부모가정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원스톱으로 의료 및 행정서비스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 등의 조사에 따르면 선진국일수록 한 부모 가정에 대한 복지제도가 체계적으로 마련돼 있다. 프랑스는 주거보조금과 함께 싱글맘 1인당 매달 80 유로의 양육 보조금을 지급한다. 일정한 수입이 없는 한 부모들은 가족 수당도 받을 수 있다. 공립유치원은 식비를 제외한 모든 비용이 무료고 식비도 저소득층은 적게 낸다.
독일은 법적으로 ‘가족과 취업의 조화 보장’을 명시하고 있는데, 일단 공공보육시설에서 3살 이상부터 취학 전까지 모든 아동을 무료로 돌봐준다. 한 부모 가정을 포함한 모든 집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아동을 양육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아동양육수당을 받고, 한 부모 가정은 여기에 더해 추가적인 보육비용을 정부에 신청할 수 있어 경제적 부담을 크게 덜 수 있다.
영국은 19세 미만의 모든 아동에게 아동급여를 지급하고, 남편과 사별하고 아이를 혼자 키우는 부인에게는 미망인 급여를 지급한다. 한 부모 가정에 대해서는 집세를 감면해주는 제도도 있다.
경남대 강인순 교수(사회학)는 “우리나라에서도 한 부모 가정이 전체 가정의 10%에 이를 정도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사회 전체가 이를 새로운 가족의 형태로 이해하고 필요한 제도를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저소득층의 편부, 편모일수록 2교대, 3교대, 연장근무 등 길고 불규칙한 근로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들의 실태와 요구를 반영해서 아동돌봄서비스를 확대하고 보육비 지원을 현실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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